“30여년 형사 생활에서 무조건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기로 작정한 뒤 범죄를 저지른 조직은 지존파가 유일했습니다.”
범죄조직 ‘지존파’는 1993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5명을 연쇄 살해했다. 검거 후에도 범행 동기를 ‘가진 자들의 횡포에 대한 대항’ ‘대학입시 부정에 대한 항의’로 미화시켰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고병천(66)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이 20여년 세월이 흘러 범죄학 박사가 됐다. 광운대는 8일 대학원 범죄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고씨가 이 사건을 주제로 ‘범죄단체 구성원의 행동패턴에 관한 연구-지존파 사건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써 최근 박사학위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이 사건 이후 잡탕밥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수사 당시 잡탕밥을 시켜주자 지존파 조직원들이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다. 그는 “그만큼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기에 사람 죽이기도 쉬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고씨는 지존파 사건 외에도 ‘온보현 택시 납치 살인 사건’ ‘앙드레김 권총 협박 사건’ 등 굵직한 강력 사건을 해결하며 베테랑 형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33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뒤 2013년부터 광운대 범죄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왔다.
논문은 지존파 두목 김규환을 비롯해 조직원 6명을 리더형·창의형·계획형·추종형·모방형·우발형 등 6가지 행동패턴으로 분류했다. 고씨는 “이 같은 행동패턴을 파악하면 앞으로 범죄 수사를 위한 ‘프로파일링’(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특성을 파악하는 수사기법)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지존파 검거 강력반장, 범죄학 박사 됐다
입력 2015-02-08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