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의혹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사 간부에게 이런 외압을 가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역사학자 전우용씨의 트윗 글이 올라왔다.
전씨는 전날 새벽 자신의 트위터(@histopian)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내 말 한 마디면 죽을 수도 있다’(이완구). 평검사가 마음 놓고 대통령에게 대들던 시대에서 총리 후보자 말 한 마디에 기자가 잘릴 수 있는 시대로 오기까지 10년도 안 걸렸습니다. 이런 속도면, 고문살인이 부활하는데 10년도 안 걸릴 겁니다”
전씨의 트윗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이 스스럼 없이 얘기하자 "이러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며 발언했던 것을 상기시킨다. 노무현정부에서 현 정부까지 10년도 안 걸렸다는 의미다.
전씨가 올린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고문살인까지 갈 것도 없어요. 저 사람들 말 안 듣다가 밥줄 끊긴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과연 고문살인까지 가는데 10년이나 걸릴까요? 지금으로선 6개월도 충분해 보이는데”라고 적었다.
KBS는 앞서 지난 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발언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말 기자들과 서울 통의동에 있는 후보자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하면서 한 발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다.
언론사 간부를 통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이어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쇼”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협 의원은 앞서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종합편성채널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보도가 빠지게 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언론사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자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후보자의 언론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이완구 후보자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그럼에도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당초 예정했던 9~10일에서 하루씩 연기돼 10~11일 이틀간 열린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