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사실상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 새 원자력협정은 원전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과 비확산 정책을 강조하는 미국 입장이 적절히 절충됐다는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재처리와 농축은 현재 골격으로 유지하자는 미국 입장이 반영됐고, 일부 연구·개발과 산업 협력 등은 우리 요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40여 년 전 체결된 이전 협정이 우리 의무만 일방적으로 담았다면 새 협정은 주요 원전수출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 위상에 맞게 양국의 협력 내용을 담았다는 의미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사용하는 연구·개발을 우리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전 협정에서는 우리가 사용후 핵연료를 건드리기만 해도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핵확산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도 동의한 것으로 보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정부 소식통은 8일 "연구·개발 측면에서 우리가 필요한 만큼은 앞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8년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정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됐고,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한 베트남과의 협정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실버 스탠더드’가 들어가는 등 미국이 비확산 문제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농축·재처리 금지조항이 들어가지 않았다.
새 협정에는 한미 양국이 같이 실시하는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동 연구의 결과를 평가해 반영할 수 있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2020년까지 10년간 3단계로 나눠 파이로 처리 및 소듐냉각고속로(SFR) 등을 주제로 함께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일본처럼 포괄적 사전 동의를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놓고 국내에서는 우리의 권리가 여전히 침해된 것 아니냐면서 비판적인 평가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원자력협상, 한·미 양국 이익 절충한다면서…
입력 2015-02-08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