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26·인천시청)이 금지약물을 투약한 경위가 고의가 아닌 진료의사의 부주의로 밝혀졌다. 박태환의 과실이 없다는 검찰 발표로 그의 명예는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하지만 징계는 피할 수 없어 ‘마린 보이’의 선수 생활에 중대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박태환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을 투여해 체내 호르몬 변화를 일으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T의원 원장 김모씨를 6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원장은 지난해 7월 29일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네비도(Nebido)’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주사를 놓았다.
당시 박태환은 “도핑에 문제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김 원장은 주사제 이름이나 성분,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체내에 있는 것이니 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다. 곧이어 김 원장은 간호사를 시켜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4㎖를 피하주사 방식으로 투여했다. 박태환은 주사제 약병을 보지 못했으며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이 금지약물인 것은 알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모두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약물 성분과 주의사항, 부작용을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는 의사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례와 일본 판례 등을 들어 김 원장을 기소했다.
박태환의 양성 반응이 병원 측 과실로 드러났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박태환은 오는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일을 소명한다. FINA 청문회는 박태환의 선수 생명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자리다.
FINA는 고의성이 없거나 처음 금지약물 검사에 적발되면 최대 2년까지 자격정지 징계를 한다. FINA 규정 10조 5항에 ‘선수에게 중대한 책임이나 과실이 없는 경우 징계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FINA 규정 10조 2항에 대한 보충설명에는 ‘같은 국가에서 같은 종목의 선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징계 수위가 같아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해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지현(27)은 자격 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담당 의사는 “처방한 감기약에 금지 성분이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단 1개월이라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으면 박태환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내년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규엽 이경원 기자 hirte@kmib.co.kr
<박태환 도핑 파문 일지>
▲2013년
11월 박태환 T병원 처음 방문(이후 건강관리)
▲2014년
7월 29일 T병원에서 네비도 주사
9월 3일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검사 위해 소변 샘플 2개(A·B) 채취
9월 19~10월 4일 박태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은메달 1개, 동메달 5개 획득)
10월 30일 FINA,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에게 A샘플 양성반응 통보
12월 2~4일 박태환측 재검사 의뢰 및 B샘플 재검사
12월 8일 FINA, 재검사 양성반응 통보
12월 9일 FINA, 박태환 임시 선수자격 정지
▲2015년
1월 20일 박태환, 검찰에 T병원 고소
1월 23일 검찰, T병원 압수수색
1월 25일 검찰, 박태환 조사
1월 26일 검찰, T병원장 조사
박태환측 도핑 해명 보도자료 배포
1월 30일 박태환 청문회 준비팀 가동
2월 6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
2월 27일 FINA, 스위스 로잔에서 청문회 개최 예정
3월 초 FINA 징계 불복할 경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항소
박태환, 명예는 회복됐지만 징계는 불가피… 선수생활 ´최대 위기´
입력 2015-02-06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