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지난달 한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일본이 월별 수주량에서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3월 이후 6년10개월 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세계 최고 조선강국’ 타이틀을 내줬던 한국은 이제 일본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지난 1월 일본 조선사의 수주량을 99만1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6일 집계했다. 시장 점유율은 45.9%로 일본이 세계 선박 수주량의 거의 절반을 얻어냈다는 의미다. 전월보다 수주량이 무려 77%나 증가했다.
세계 조선시장 규모가 급감하는 가운데 나온 ‘깜짝’ 실적이다. 지난 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15만7000CGT로 전년 1월보다 213%, 전월보다는 84% 감소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달 시장 점유율의 30.9%인 66만7000CGT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3%, 전월보다는 214% 줄어든 수주량이지만 2위 자리는 지켰다. 중국 조선사들은 작년 1월보다 678%, 전월보다 107% 감소한 37만9000CGT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점유율 17.6%로 3위에 머물렀다.
일본 조선업계의 선전은 엔저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 조선사들은 합병·공동출자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키운 뒤 한·중과의 선조 가격 격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한국을 밀어내고 세 차례 월 수주량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수주량 시장 점유율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2013년과 비교해 하락했지만 일본만 17.4%에서 19.7%로 증가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우리 조선업계는 대체적으로 위기감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일본 업체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과 물량공세를 퍼붓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보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조선업의 부활로 한국의 시장 포지션이 애매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日 조선업 부활,지난달 수주 세계 1위…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
입력 2015-02-06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