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연단 내려오다 넘어져

입력 2015-02-05 21:57
쓰러지는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BBC 홈페이지 캡처

올해 90세로 35년째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통치해 현존하는 최고령, 최장기 독재자로 불리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연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21일이면 91세를 맞는 무가베 대통령이 연설 후 연단에서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고 AP 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록 다치지는 않았지만 주요 외신과 현지언론들은 최근 아프리카연합(AU) 의장에 취임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주요기사로 다뤘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도자회의에 참석했다가 귀국, 하라레 공항에 도착한 무가베 대통령은 4일 오후 공항에서 넘어졌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목격자들은 무가베가 공항에서 그를 환영하는 지지자들에게 연설한 뒤 연단에서 내려오면서 발을 헛디뎌 곧바로 넘어졌다. 측근들은 재빨리 그를 부축해 리무진에 태웠으며 리무진은 속도를 내며 사라졌다고 전했다.

넘어지는 장면을 찍은 일부 사진기자는 보안요원에 의해 사진을 삭제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소수 백인정권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 독립을 일궈낸 투사 출신의 무가베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35년째 계속 집권해 온 아프리카 최장수 집권자다. 오는 2018년 차기 대통령 선거의 집권당 후보로 다시 지명돼 주위를 놀라게 한 무가베는 최근 “죽기 전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한 권력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최근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온 조이스 무주루(59·여) 전 부통령을 해임하고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49)의 정치적 행보를 지원하면서 부인을 후계자로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300만 인구의 짐바브웨는 2000년 무가베 정부가 백인소유 농장을 압류하기 시작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짐바브웨는 2009년 급기야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를 공용통화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