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비대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여고생이 부산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할머니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5일 경남 양산여고에 따르면 3학년 윤혜신(18)양은 지난해 10월17일 오후 학교 현장학습을 마치고 친구와 부산 지하철 연산동역에서 환승하던 중 할아버지가 쓰러진 할머니를 안고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윤양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해보겠다며 쓰러진 할머니를 바로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윤양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3∼4차례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할머니가 숨을 다시 쉬기 시작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담요와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할머니를 덮어줬다. 할머니는 119에 의해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선천성 협심증 진단을 받아 심장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현재 할머니는 건강한 삶을 되찾아 할아버지와 산책도 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윤양은 중학교 3학년 때 뇌하수체에서 종양이 발견돼 대수술을 받고 말단비대증(거인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윤양은 “할아버지가 간절하게 도와달라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심폐소생술을 하게 됐다. 체험교육을 받은 대로 했는데 할머니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번 사건이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윤양의 도움으로 삶을 되찾은 김미화(62) 할머니는 “퇴원하는 날 혜신이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했더니 오히려 나에게 살아나 줘서 고맙다며 울먹였다”며 “생명의 은인인 혜신이를 친손녀처럼 여기며 살겠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희귀병 소녀, 심폐소생술로 할머니 살렸다
입력 2015-02-05 17:36 수정 2015-02-05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