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에 손잡은 김무성 유승민...해법은 온도차

입력 2015-02-05 16:42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해법을 놓고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대표가 복지 구조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유 원내대표는 장기적으로 증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누리당 ‘투톱’이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멍석을 깔아놓자, 의원들도 복지·증세 관련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金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 나태해져”=김 대표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복지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도 했다. 이 대목에선 과잉복지로 재정적자에 허덕이다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그리스의 사례를 들었다. 강연 제목은 ‘경제를 살리는 정치’였다.

김 대표 측 인사들은 강연 내용이 김 대표의 평소 소신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한결같이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9월 당 공개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정건전성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던 건 유명한 일화다.

복지에 대한 인식도 이 같은 바탕에서 출발한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는 언급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복지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통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고도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 추진해야 하는 게 증세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낼 것인가, 복지를 동결하거나 일부 축소할 것인가의 양자택일 문제라면 후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劉 “법인세도 성역 아냐”=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유 원내대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증세를 하면서 동시에 복지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빌려 세금을 올리든가 복지 혜택을 줄이든가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한 발짝 나아갔다. 이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법인세는 절대 못 올린다’ 이렇게 성역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법인세와 관련해선 당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인상 불가에 치우쳐있지만 최근 들어 일부 수용해야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대목도 바로 법인세 인상 부분이다. 김 대표는 경총 연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도 장사가 안 돼서 세금이 안 들어오는데 거기다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 원내대표가 “백지상태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 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내 이견이 분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거의 없다. 다만 증세든, 복지축소든 국민적 저항이 심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여서 공식적인 의견수렴이 시작되면 지역과 계파를 뛰어넘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무상급식·무상보육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재점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완전히 폐기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