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손녀가 상속받은 조부의 작품 300점 대부분을 처분할 계획을 밝히면서 미술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매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미술품을 판매하는 비전통적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데다, 피카소의 작품이 대량으로 나올 경우 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마리나 피카소(64)는 피카소가 첫 번째 부인인 러시아 발레리나 올가 코클로바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파울로의 딸이다. 그녀는 할아버지 사망 후 그의 작품 가운데 300여점을 상속받았다. 피카소는 평생 5만점의 작품을 남겼고, 그중 1만점을 사망 때 유산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자선사업을 꾸준히 해온 그녀는 작품을 팔아 더 많은 사람들을 돕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품을 처분하기로 한 것은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카소는 여러 명의 여성과 결혼 또는 동거하면서 자녀들이나 손자·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마리나는 “나는 아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할아버지가 내 아버지를 운전기사로 쓰는 등 엄마와 아빠도 형편없이 대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워낙 어렵게 살았던 탓에 일찍부터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자선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조부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상속받은 작품을 벽을 향해 걸어놓기도 했다.
그녀는 “비록 작품을 상속받았지만 그것은 사랑 없는 상속이었다”면서 “그런 작품을 갖고 있는 것보다 인도적 목적에 재분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피카소 손녀, 할아버지 작품 300점 처분 계획
입력 2015-02-05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