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차 뺏긴 것도 억울한데 질질 끌려가… “주인님! 안 돼요!” 용감한 견공

입력 2015-02-05 11:16
BBC 영상 화면촬영

대낮에 차량을 빼앗고 저지하는 여성을 도로까지 끌고 가 내팽개친 도둑이 영국 사회를 분노케 했다. CCTV를 통해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 영국 네티즌들을 위로한 것은 피해 여성을 끝까지 쫓아가 주변을 지킨 개 한 마리뿐이었다.

5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버밍엄에 거주하는 30세 여성 니키 프리디는 지난달 29일 낮 12시쯤(현지시간) 집 앞에서 차량 문을 열고 전화통화를 하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았다. 갑자기 달려온 남성에게 차량을 빼앗겼다. 도둑은 문이 열린 운전석으로 탑승해 차량을 몰고 그대로 질주했다. 여성은 차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운전석 문을 다시 열고 탑승을 시도했다. 하지만 도둑은 여성을 밖으로 밀어냈다.

여성은 문에 몸이 끼인 듯 질주하는 차량에 매달려 15m가량 끌려갔다. 자칫하면 뒷바퀴에 몸이 깔릴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여성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내팽개쳐졌다. 도둑은 차량을 몰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쓰러진 여성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두 사람이 내린 다른 차량 한 대가 섰을 뿐 더 이상의 도움은 없었다. 쓰러진 여성의 바로 앞에서 급하게 방향을 틀어 질주하는 차량도 있었다.

현장에는 CCTV가 있었다. 영상은 범인 검거에 나선 웨스트미들랜드 경찰에 의해 공개됐다. 범죄의 현장을 영상으로 목격한 영국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차량을 빼앗고 여성을 다치게 한 도둑은 물론 쓰러진 여성을 보지 못한 척하고 지나가는 다른 차량들도 영국 네티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네티즌들은 “여성이 죽을 수도 있었다. 돈이나 음식도 아닌 차량을 빼앗기 위해 생명까지 위협한 이유가 무엇인가” “도둑을 잡아 엄벌해야 한다. 여성이 죽었다면 살인죄까지 적용해야 한다” “도둑만 문제가 아니다. 그냥 지나가는 차량들에게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여성 앞에서 급하게 방향을 바꾼 흰 차는 가장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영국 네티즌들을 작게나마 위로한 것은 쓰러진 여성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차량을 세우고 내린 두 사람과 여성을 끝까지 쫓아가 주변을 지킨 개 한 마리였다. 특히 개의 경우 차량이 빠르게 질주하는 도로로 용감하게 달려가 주인의 주변을 지켜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한 네티즌은 “흰 개가 쓰러진 여성의 주변에 없었으면 다른 차량 운전자들이 보지 못하고 사고를 냈을 수도 있다. 개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SNS와 뉴스 댓글 게시판엔 “용감한 강아지(Brave little dog)”라는 문구가 줄을 이었다.

용의자는 25세 남성이다. 경찰은 지난 3일 버밍엄 웨올리캐슬에서 용의자를 체포했다. 다행히 여성은 손가락골절상을 입었을 뿐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웨스트미들랜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큰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