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터넷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는 전날 오전 10시52분 대만 타이베이시 송산공항 인근 고가도로를 운행하다가 건물을 가까스로 넘어 차량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푸싱항공 GE235기를 포착한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운전자의 신원이나 영상의 유포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방송에서 소개된 점으로 볼 때 방송사가 직접 입수한 영상일 가능성도 있다.
영상을 담은 차량의 운전자는 끔찍했던 사고의 순간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들 가운데 사고 지점을 가장 가까이에서 포착한 영상이다. 영상에서 건물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고가도로로 떨어진 여객기는 왼쪽 날개로 오른쪽 시멘트 안전펜스를 할퀴고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영상을 담은 차량은 여객기를 겨우 피했다.
앞선 택시는 날개와 스친 것으로 보인다. 파손된 시멘트 안전펜스의 먼지가 걷힌 뒤 모습을 드러낸 택시는 전복되거나 파손되지 않았지만 운전기사와 승객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담은 차량도 정지했다. 영상은 여객기가 배를 드러내며 방향을 바꾸는 순간도 포착했다. 사고 조사에서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경악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포된 이 영상에는 탑승객 사망자를 애도하고 운전자를 격려하는 세계 네티즌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언제 어디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운전자에겐 다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전자는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목숨이 두 개였다” “건물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58명이 탑승했다. 이륙 직후 송산공항 인근 고가도로와 충돌한 뒤 지룽천으로 추락했다. 오전 1시30분 현재 집계된 사망자는 23명이다. 부상자는 17명, 실종자는 18명이다. 중상자와 실종자가 사망자로 집계될 경우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민항국 린즈밍 국장은 “추락한 항공기는 운항 1년도 되지 않았다”며 “추락 원인을 밝히는 데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 빈과일보는 구조된 승무원을 인용해 “사고 전 한 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기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승객 가운데 31명은 중국 단체 관광객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탑승자들 가운데 일부를 “5박6일의 대만 여행을 마치고 진먼을 거쳐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귀국하던 중국 관광객들”이라고 보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