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각지에서도 IS 요르단 조종사 화형에 분노 표출

입력 2015-02-04 23:35 수정 2015-02-04 23:41
방송화면 캡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3일(현지시간) 요르단 조종사를 불태워 살해한 영상을 공개하자 중동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동 현지 언론들은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처형 영상이 공개된 것에 중동권 전역에서 슬픔과 분노가 담긴 성명과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같은 방식으로 보복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중동 국가 대부분에서는 교수형이나 투석형과 같은 사형 제도가 있지만 산 채로 불에 태워 살해하는 화형은 존재하지 않고 이슬람 율법에도 위배된다는 점에서 큰 분노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수니파 대국인 이집트의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는 4일 성명을 내고 IS를 ‘신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은 이슬람 경전 쿠란에 따라 사형에 처하고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거나 팔을 자르는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아즈하르의 최고 수장인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은 “이슬람은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IS는 전쟁 중이라도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이슬람의 금기사항을 어겼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명 이슬람 성직자인 살만 알우다도 이슬람이 금지하는 화형은 사후에서나 처할 수 있는 것이라며 IS가 이슬람의 율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 지도자 이야드 마다니 역시 “이슬람은 인간 도덕성을 정하고 포로를 다루는 규율이 있다”며 이번 화형은 전쟁 포로의 권리를 망각한 조치라고 맹비난했다.

미국과 함께 IS 공습에 동참한 걸프국가들의 IS 비난 성명도 쏟아졌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압둘라 빈자이드 알나흐얀 외무장관은 이번 살인을 ‘극악무도하고 터무니없는 행위’라고 평가하고 UAE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카타르와 바레인, 쿠웨이트도 성명을 통해 ‘비열한’ ‘잔인한’ ‘야만적 범죄’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IS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도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번 행위는 ‘비인간적’으로 이슬람의 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범 아랍권 신문인 알하야트는 1면 기사 제목을 IS의 ‘만행’으로 뽑았고 레바논 일간 아사피르는 그간 IS에 학살된 수많은 이들을 등한시한 점을 자책했다.

요르단 정치인 무함마드 알루산은 레바논 알마야딘TV와 인터뷰에서 “IS에 같은 방식으로 보복을 하자”고 촉구하며 “그들의 자녀와 여성들을 죽이자”고까지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