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복지·증세 관련 주장이 둑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뒤 새정치민주연합이 적극 가세하면서 논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여야는 일단 정부의 정책기조를 비판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각각 ‘복지 구조조정’, ‘부자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與 “과잉복지가 문제”=4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의 주요 의제는 단연 복지와 증세였다. 김무성 대표는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인데,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본격적 복지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실패한 일본·유럽 정책을 답습할지,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복지정책을 구상해 실현할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고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작심 발언을 한 데 이어 다시 한번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이어 중진의원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이재오 의원은 “담뱃세를 느닷없이 올려서, 연말정산 (공제 축소) 해서 세금 거둬들였으면 그게 증세지, 서민들이 정부에 후원금을 준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그것을 인정하고 복지를 손을 대야지, 서민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데 증세 없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심재철 의원은 “이미 국민들은 정부가 꼼수증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다”며 “소득세, 법인세 중에서 올릴 수 있는 게 있는지 검토하고 동시에 무상복지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철저히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증세보다는 복지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복지 예산의 용처를 전면적으로 점검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지출을 없애고 난 뒤, 그러고도 방법이 없으면 국민의 뜻을 물어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내에 세금·복지 등을 다룰 전담 기구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근혜정부의 공약에서 일부 노선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野 “부자증세 철회가 먼저”=새정치연합은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이명박정부 시절 단행된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먼저 정상화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율 정상화, 대기업 위주 법인세 감면제도 정비 등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 원내대표는 복지와 세금 부담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룰 기구로 국회에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는데 유 원내대표는 일단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세금, 복지 문제는 당내에서도 워낙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 야당의 제안에 당장 반응을 내놓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로선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당장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증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부 있지만 여야 모두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봇물 터진 '복지·증세 논쟁'
입력 2015-02-04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