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모 1군사령관(대장)이 군내 성폭력 대책을 논의하는 지휘관 회의에서 “여군들이 왜 싫다는 의사 표시를 명확하게 하지 않느냐”며 피해자 책임을 거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 당국은 “발언 취지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 11사단 임모 여단장(대령)의 여군 부사관 성폭행 사건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달 27일 열린 육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에서 장 사령관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내부 제보를 토대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는 성폭력 예방 행동강령 브리핑을 마치고 육군참모총장, 1·2·3군 사령관, 8개 군단장이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장 사령관은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 하지 왜 안 하냐”고 말했다고 한다. 1시간20분 이상 진행된 회의는 각 사단·군단 및 예하 부대의 장교 등 수천명이 시청했다.
임 소장은 “1군 사령관 발언은 피해 여군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여단을 책임지는 1군사령관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남성 영관급 장교는 ‘군인으로서 딸을 보기 부끄러웠다’고 말할 정도로 남성 군인들도 발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장 사령관에게 공식 사과하고 거취를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 회의에서 결정된 여군 피해 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 소장은 “지휘관들이 권한을 악용하는 현실에서 각급 부대 지휘관 주관으로 여성고충상담관 등을 조직해 1대 1 면담토록 지시했고, 조사 대상을 여군 하사로 제한한 대목은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1군사령부는 정훈공보참모 명의의 입장자료를 내고 “군인권센터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당시 장 사령관은 ‘여군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부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도록 교육시키고 전 간부에게 성 인지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반박했다. 1군 사령부는 군인권센터에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1군사령관, 성폭력 대책회의서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 하지 왜 안 하냐”
입력 2015-02-04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