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좀 유별나다. 1996년부터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후원으로 1718년산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영화 음악을 연주한다. 한국 음식이 좋다며 게장 국물까지 마시는 그를 2008년 미국 연예 주간지 피플은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성’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프랑스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는 로랑 코르샤(51) 얘기다.
6일과 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공연하는 그를 4일 서울 남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0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뒤 한국을 사랑하게 됐어요. 자존감이 높고 생동감이 넘치는 한국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죠.”
한국을 사랑한다는 말에 의심의 눈빛을 보내자 1년 6개월 이상 파트너로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는 피아니스트 변애영이 에피소드 하나를 전했다. 코르샤가 지난 해 5월 프랑스의 한인교회가 주최한 세월호 추모 콘서트에 무료로 나섰다는 것이다. “애영에게 세월호 사고와 콘서트를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나도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참여했어요.”
네 번째 한국 공연을 갖는 그는 이번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코르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주제곡 ‘섬데이 마이 프린스 윌 컴(Someday My Prince Will Come)’을 부르는 걸그룹 씨스타 멤버 효린과 같이 무대에 선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위한 헌정곡도 연주한다. 김연아가 사용한 음악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다. 그는 김연아를 “스포츠를 넘어선 예술가”라고 했다.
무대 위에서 영화와 드라마 OST를 들려주면서, 크로스오버 연주자로 오해를 받는 것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줘야죠. 영화음악이 클래식보다 덜 훌륭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클래식 연주자답지 않은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은 공연 철학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코르샤를 “생존해 있거나 이미 타계한 모든 바이올리니스트 중 자유와 존재감, 그리고 상상력을 모두 가진 매우 드문 연주자”라고 표현했다.
“음악은 가장 진정성 있는 소통의 방식이라 생각해요. 과거 올드 팝 재즈나 락은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을 갖고 자유롭게 연주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시대는 상상력을 발현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어요. 좀 더 자유롭게 사람들과 대화하듯 음악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佛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 “4년전 왔을 때 한국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
입력 2015-02-0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