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풍지대로 알려졌던 중국 금융권에 반부패 사정의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최초 민영은행인 민생은행 마오샤오펑 행장의 낙마와 베이징은행 루하이쥔 이사의 부패 조사 보도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남방도시보 등 중국 언론들은 4일 “두 사건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면서 “올해 금융권 반부패의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은행은 지난 2일 밤 상하이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루하이쥔이 “심각한 당 기율 위반”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루 이사는 베이징에너지(能原)투자회사의 전 회장이다. 중국공산당의 사정·감찰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도 3일 루하이쥔을 조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보통 당 기율 위반은 ‘부패’와 연관이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마오샤오펑 행장이 비리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민생은행 당 서기직에서도 해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마오 행장이 낙마한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과 연관이 있고, 루 이사가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관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방위 사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나타나는 정황에 비춰볼 때 금융권에 대한 반부패 사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방도시보에 따르면 이미 지난 1년 동안 중소규모 은행의 행장과 이사장 등 8명이 비리로 낙마했다. 최근에는 중국수출입은행 관계자들이 대출을 미끼로 사적 이익을 취해 당국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통신은 중앙기율위가 국영기업 72곳에 대한 특별순시 조사를 벌였는데, 이 중 국유기업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국가자산관리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53곳 외에 금융과 철도 부문의 19개 기업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반부패 관련 민간 싱크탱크인 베이징대 염정건설(廉政建設)연구센터 좡더수이 부주임은 “지난 2년 동안 반부패 드라이브로 민심을 얻은 중앙기율위가 금융권에 대한 사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2015년은 금융권 반부패의 밀집기(密集期)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가 금융권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관련 인사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왕 서기는 과거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과 중국건설은행장, 금융통상담당 부총리 등을 거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책사인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최근 은행·증권·보험 등 3대 감독기관에 고강도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져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무풍지대 중국 금융권 사정 칼바람 분다
입력 2015-02-04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