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비주류의 지도부 장악에 대해 친박 의원들은 공식 반응을 최대한 자제했다. 당청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만큼 일단 정면충돌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내표를 시작으로 비박 진영이 일제히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자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즉각 당내에서는 “신임 지도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회의는 유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처음 참석한 공식 회의였다. 서 최고위원 측은 “지역구에 행사가 예정돼 있어서 불가피하게 참석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 최고위원은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자에 내정된 직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명을 축하했었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이것 때문에 계파 갈등이 들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 의원도 “언론이 구도를 짜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칠 뿐”이라고 했다.
신임 지도부가 박근혜정부의 복지기조 궤도수정을 공식 요구하는 상황에서 친박 의원들이 반박에 나설 경우 계파갈등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에 친박 진영이 ‘관전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수면 아래서는 친박계의 노골적인 불만이 가득했다. 한 친박 중진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여당이 뒷받침하고 야당을 막아줘야지,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난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가 지난 2년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에 친이(친이명박) 핵심인 조해진 의원을 내정한 것도 친박을 자극하는 요소다. 조 의원 임명으로 핵심 당직은 모두 비박 인사로 채워졌고, 친박의 소외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K·Y(김무성·유승민) 라인’이 사안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경우 언제든 ‘화약고’가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비박 지도부 입성 공식 반응 자제하는 친박...속으론 부글부글
입력 2015-02-04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