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개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언제 열리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주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 신임 원내대표가 손발을 맞추게 되면서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 논의는 당청갈등의 뇌관인 만큼 당분간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실상 물꼬가 이미 트인 데다 ‘청와대 장악력’이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여야간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 원내대표는 2일 선출 직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조차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헌 논의 착수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이 다르다면 끝까지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도 유 원대대표와 마찬가지로 개헌 논의를 억지로 막는다고 막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 ‘K·Y라인’이 개헌에 대해 비슷한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전격 합의를 맺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당청관계는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은 워낙 큰 이슈라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같이 빠져들어 다른 것을 못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사활을 건 경제 살리기 등 주요 정책이 개헌 논의에 가려져 국정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까지 떠오르면 “그야말로 이제는 일 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감도 깔려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당분간 물밑에서 개헌 논의를 지연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당내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개헌 논의 자체를 ‘정권 흔들기’로 보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낡은 헌법을 고칠 때가 됐다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 못하지는 않지만 몇몇이 의도를 갖고 주도해나가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4일 야당이 제안한 개헌 논의에 대해 “제 개인 의견은 없다”고 했고 유 원내대표 역시 “아직 말할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자칫 괜한 집안싸움만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스탠스다.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이른바 ‘상하이 개헌 봇물’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제 불찰”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으나 청와대 측은 “말실수로 보지 않는다”면서 정면충돌했던 경험도 뼈아팠다.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개헌을 위해 다음 총선에서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한결같이 ‘당의 역할론’에 방점을 찍은 만큼 개헌 논의는 당청간 ‘밀고 당기기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현재 개헌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니다.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한 뒤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개헌 논의'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입력 2015-02-04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