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르헨 검사가 작성한 대통령 체포영장 발견

입력 2015-02-04 17:15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폭탄테러 사건 조사 방해 의혹을 제기한 후 의문사한 연방검사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4일(현지시간) “체포영장 발견으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더욱 곤란해졌다”고 보도했다.

알베르토 니스만 연방검사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비비아나 페인 연방검사는 니스만의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헥토르 티메르만 외무장관에 대한 26쪽 분량의 체포영장 초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초안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M) 빌딩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담고 있다. 당시 폭탄 테러로 85명이 숨지고 300명이 다쳤다.

외신들은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초안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18일 니스만 검사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의문사하기 이전에 그와 대통령 간 긴장이 고조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2004년부터 AMIM 사건 조사에 참여한 니스만은 이란의 배후 아래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테러를 저질렀다고 발표하고 인터폴을 통해 이란 당국자들을 수배했다. 니스만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로 석유를 확보하려고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인터폴 수배령을 철회하도록 밀약을 시도하는 등 사건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이란 당국자들 간의 대화 감청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니스만은 이런 내용을 담은 289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의회청문회 출석을 몇 시간 앞두고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을 방문 중인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체포영장 발견에 대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 ‘체포영장 초안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가 “쓰레기 같은 뉴스”라고 존재를 강하게 부인한 상황에서 초안이 발견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