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인질로 붙잡고 있던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태워 죽였다. IS는 조종사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장면을 촬영한 뒤 동영상을 공개하는 잔혹성을 드러냈다. 충격을 받은 요르단은 IS가 석방을 요구하던 여성 테러범 등 2명을 즉각 사형시켰다.
3일(현지시간) 공개된 동영상에서 IS는 휘발유에 젖은 죄수복을 입고 쇠창살 안에 갇혀 있던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에게 불을 붙여 살해했다. IS가 인질을 화형에 처하고, 그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는 그간 참수나 사살의 방식으로 인질을 살해하는 장면들을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번 화형 사례를 통해 한층 높은 수위의 잔혹성과 야만성을 드러냈다. 또 IS가 지금까지는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의 인질들을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면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동 등 공습에 참여한 국가들을 상태로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IS 공습에 참여한 국가들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선전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2분짜리 화형 영상은 “요르단 내 무슬림이 다른 요르단 조종사를 죽이면 100 디나르(IS 자체 화폐)를 주겠다”는 선전으로 끝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IS가 인질을 ‘지옥불’에 던져 태웠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면서 “무슬림들은 알카사스베의 화형을 보면서 쿠란의 첫 구절에 나오는 ‘고통스러운 처벌’을 연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S는 실제 인질을 오래 전에 살해하고도 이 사실을 은폐한 채 수감중인 테러범들과 교환하면 풀어줄 것처럼 거짓협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요르단 군은 IS가 이미 지난달 3일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수도 암만에서는 격분한 시민 수백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미국 방문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요르단의 아들딸이 다 함께 일어나 단합되고 결단에 찬 패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카사스베는 요르단 유력 가문 출신의 수니파 교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 정부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튿날인 4일 테러범 사지다 알리샤위와 알카에다 간부 지아드 알카르볼리의 사형을 새벽 4시에 집행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지 몇시간 만이다. 알리샤위는 일본인 인질 석방 조건으로 IS가 요구했던 여성 테러범으로 2005년 요르단 암만에서 자살 폭탄테러에 가담한 이라크 출신 알카에다 조직원이다. 알카르볼리는 2008년 이라크에서 요르단인들을 상대로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제사회는 IS의 야만적인 행태에 비난을 퍼부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IS의 끔찍한 행위에 대해 모든 요르단인들과 슬픔을 나누고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IS를 분쇄하고 종국적으로 격퇴하려는 국제동맹군의 의지를 배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인질 2명이 IS에 의해 참수된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비열하기 짝이 없는 언어도단의 테러 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끼며 용서할 수 없는 폭거를 단호히 비난한다”고 성명을 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잔인한 IS, 요르단 조종사 산채로 화형… 요르단, 알리샤위 등 2명 사형
입력 2015-02-04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