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막대한 시장 영향력을 이용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도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이며, 시리아 아사드 정부는 시아파의 일파인 알라위파에 속한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아사드 정부에 저항하는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왔다.
미국과 사우디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는 최근 수개월 간 유가와 러시아의 대 시리아 지원과 관련된 많은 대화를 나눠왔으나 아직까지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협상에서 사우디가 얼마나 명확히 원유와 시리아 문제를 연결시켰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사우디 관리들은 사우디가 원유 공급을 줄일 경우 원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영향력(leverage)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우디 외교관은 “원유가 시리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사우디는 러시아와의 거래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원유매장량의 20%를 차지하는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핵심 멤버로 국제 원유시장에 막대한 파워를 갖고 있다.
러시아가 약간이라도 아사드 정부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다면 이는 최근 국제 원유시장의 혼란이 세계 현안에 충격을 준 첫 신호가 될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사우디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주요 의제가 시리아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등 입장을 아직 바꾸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아사드 대통령의 가장 지속적인 지원세력으로 지난 수년 간 아사드 정부군은 러시아가 판매한 무기로 이슬람국가(IS) 등 반군과 싸워왔다.
사우디의 영향력은 러시아가 급감하는 원유 수입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텍사스 A&M대학교의 중동전문가 그레고리 고스는 “원유가 급락으로 러시아가 크게 타격을 입어 사우디와의 ‘유가 거래’가 즉시 필요하다면 사우디는 시리아 사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사우디 ˝시리아 정부 지원 중단하라˝ … 유가 무기로 러시아에 압력
입력 2015-02-04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