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영종도의 주말 밤… 외제차들 ´죽음 부른´ 폭주 레이스

입력 2015-02-04 13:39
사진=기사내용과는 무관함. 국민일보DB

인천 영종도가 주말 밤이면 외제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주를 즐기려는 외제차 동호회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종도 내 일부 도로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경찰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최근에는 외제차 운전자들의 과속으로 사망 사고도 일어났다.

이에 따라 제2·제3의 인명 교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0시35분쯤 인천시 중구 용유동 남측 해안도로에서 크라이슬러 승용차와 폴크스바겐 승용차 등 외제차량 2대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크라이슬러 뒷좌석에 타고 있던 A씨(26·여)가 숨지고, 두 차량 운전자 등 3명이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는 용유동에서 구읍배터 방향 편도 2차로의 갓길에 정차해 있던 크라이슬러 승용차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불법 유턴을 하려다가 뒤에서 달려오던 폴크스바겐 승용차와 1차로에서 부딪히면서 벌어졌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 직전 폴크스바겐 승용차 앞에는 또 다른 폴크스바겐 승용차가 지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가던 폴크스바겐 승용차는 유턴하던 크라이슬러 차량을 피했지만 뒤따라 가건 다른 폴크스바겐 차량은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폴크스바겐 승용차 운전자는 일행이었으며 당시 제한 속도인 시속 80㎞ 이상으로 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폴크스바겐 운전자는 경찰에서 “당시 시속 140㎞로 달렸다”고 말했다.

영종도와 용유도를 잇는 인천공항 남측 해안도로는 주말 밤이면 외제차 동호회원들의 자동차 경기장으로 돌변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건설을 위한 물막이 공사로 2000년 남·북측에 방조제를 건설하고, 방조제 위에 남·북측 해안도로를 개설했다.

왕복 4차로인 남측 도로는 길이가 9.29㎞, 북측 도로는 7.3㎞이다. 이들 도로는 차량통행이 많지 않고 일직선으로 뻗어 있어 자동차 폭주족 사이에서는 인천공항고속도로와 함께 인기 ‘레이싱 코스’로 꼽혔다.

남측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80㎞이지만 과속단속 CCTV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아 규정 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경찰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외제차 레이싱이나 폭주족 단속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간혹 휴일 밤이면 외제차 몇 대씩이 몰려온다”며 “폭주가 시작된 상황에서는 순찰차가 쫓게 되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