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회원구 내서읍 국도변에 설치된 과속 단속카메라에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같은 차가 같은 지점에서 경남지방경찰청 교통 영상단속실에 계속 단속되는 이상한 차가 발견됐다. 경찰은 기기 오류인지를 확인했지만, 단속 장비는 정상 작동 중이었다.
지난해 1월 6일부터 29일 사이 40대 후반의 여성 A씨는 17번이나 과속으로 단속된 것이다. 농산물유통업을 하는 A씨는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귀가하는 일정 때문에 당시 새로 설치된 단속카메라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 뒤늦게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자신의 단속 사실을 알아챈 A씨는 한 차례 4만∼7만원씩 모두 10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내야 했다.
또 부산에서 해운회사를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최신형 BMW 승용차를 법인 명의로 샀다. B씨는 부산에서 출발해 남해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다가 지수 나들목 근처에서 시속 215㎞로 질주하다가 결국 단속카메라에 찍혔다.
제한속도인 시속 100㎞보다 무려 115㎞를 초과했다. B씨의 해운회사는 시속 60㎞ 이상으로 달린 차에 부과하는 과태료 13만원을 냈다.
거제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면서 지역의 과속 단속카메라를 훤히 꿰는 C씨도 지난해 속도위반 고지서 2장을 잇달아 받았다. 자신이 자주 다니는 거제시내 한 국도변에 설치된 단속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C씨는 주로 1차선을 비추는 이 카메라를 피해 2차선으로 달려 그동안 과속 단속을 피해왔지만 이번에 제대로 걸린 셈이다.
경찰이 2차선으로 달리며 단속을 피하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점을 파악해 교통 영상단속실에서 원격조정으로 카메라 방향을 1차선과 2차선을 바꿔가며 단속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은 이처럼 지난해 도내에 설치된 527대의 과속 단속카메라에 76만9078건의 과속 차량이 찍혔다고 4일 밝혔다.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단속카메라가 하루 2107건을 적발했다.
경찰은 과속으로 말미암은 교통사고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보다 14배 높을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과속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74대의 카메라를 추가 설치했고 올해도 30여 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고정식 494대, 이동식 33대의 카메라와 함께 도내 4개 지역 21대가 설치된 구간단속 카메라는 과속 차량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 경남 교통사고로 399명이 숨져 2013년 465명보다 66명(14.2%)이 줄어들었다.
경남경찰청 영상단속실 관계자는 “과속 단속카메라가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사고 위험이 큰 곳이라고 생각하면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단속을 피한다기보다는 자신과 가족 안전을 위해 속도를 줄여 달라”고 당부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같은 차 같은 지점서 한달에 17번 ´딱´·시속215㎞ 폭주… 경남 과속 '백태'
입력 2015-02-04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