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없으면 케익 먹으라고?” 박 대통령, 골프 활성화 발언 역풍

입력 2015-02-04 09:45 수정 2015-02-04 11:14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번째줄 왼쪽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홍원 국무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동희 기자

“본인이 명예회장으로 있기 때문에…. 지금이 골프 활성화를 논할 때인가요?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신지”

“황구첨정하듯이 백성에게 세금을 박박 긁어가면서 뜬금 없는 골프 활성화라니”

“헐~ 골프칠 돈이 어디 있나. 저소득층 전국적으로 한 번 돌아보시길. 민심을 살피시길”

“우왕좌왕. 국민과도 소통이 없는데 오죽 주위의 장관들과도 소통을 안 하니 말귀도 못 알아듣고. 다들 직언도 못하고 엄한 소리해도 네네네”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으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민심을 읽지 못한 발언에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뜨와네트의 발언에 빗대 "빵이 없으면 케익 먹으라고 하세요"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앞서 10분가량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골프산업 침체에 대해 언급하며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들면서 “골프대회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프대회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제가) 거기 또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 그런 큰 대회도 열리는데 ‘골프가 침체돼있다,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힘을 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회만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큰 대회도 앞두고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등이 대회를 성공시키는 것이니 한 번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13년 3월 군 장성의 주말골프 보도가 나오자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2013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골프 허용을 건의하자 빙그레 웃기만 했다. 이어 비서실장을 통해 “휴가 때, 문제 되지 않을 사람과 자비로 쳐도 된다. 되도록이면 스크린골프를 권한다”는 ‘지침’을 주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이 나오자 개별소비세 등을 언급하면서 “국내에서 골프 관련해서 말씀하신 대로 너무 침체돼 있어서 사실은 해외에 가서 많이 하지 않느냐”고 했고, 박 대통령은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런 메시지가 중요한 것 같다. 정부에서 마치 골프 못 치게 하는 것처럼…(비치고 있다)”고 거들었고 박 대통령은 “그건 아닌데”라고 답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곁에서 “문체부 장관부터 치기 시작하시죠”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 것 솔선수범하라고 하면 기쁘세요?”라고 반문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먼저 골프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티타임에서 전날 박 대통령의 생일인 점을 들어 최 부총리가 “(어제 생일 맞아) 생일 떡 하나 주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대통령이 “필요하세요?”라고 반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