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징집령 내리자 우크라 청년 러시아 도피 급증

입력 2015-02-03 23:50

동부 지역 분리주의 반군 진압작전을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규모 징집령을 발동한 가운데 상당수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징집을 피해 러시아 등 외국으로 도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러시아 이민국은 “현재 러시아 영토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국적자는 약 250만명이며 그 중 징병 대상 연령대의 남성은 119만3000명 정도”라면서 “최근 일주일 동안 징병 대상 남성의 수가 2만명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민국은 또 최근 들어 러시아에 임시 체류 허가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인이 2배 가까이 늘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연방관구에 체류 허가 신청을 한 수는 3배나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서부 오를로프주(州) 주정부 공보실은 지역 이민국 통계 자료를 인용해 “지난 주말 68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이주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전투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남성”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현지의 러시아인 친척이나 친구 집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티 이 팍티'도 서남부 로스토프주 지역 관청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 징병 회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주자의 4분의 1 이상이 남성이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나 반군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에 따르면 앞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유리 비르류코프도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징병 회피 현상을 지적하면서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비르류코프는 입대 통지서를 받은 징병 대상자의 20~30% 정도가 종교상의 이유 등을 들며 입대를 거부하고 국외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법률에 따르면 징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은 외국 출국은 물론 거주지 이전 때도 병무청의 허가를 받게 돼 있지만 상당수는 국경 수비대원들에 뇌물을 주고 자국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이코는 개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징집 회피를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 이민국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인의 러시아 내 체류 기간을 기존 90일 이내에서 90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최대 180일까지 머물 수 있게 허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에 앞서 “징병 대상이지만 입대를 원치않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은 러시아로 와서 어려운 시기를 피하라”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지난달 20일부터 90일 기간으로 징병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월, 4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최대 20만명의 병력을 징집할 계획이다.

동부 지역에서 반군과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병력 충원 필요성이 가중됐을 뿐 아니라 상황이 더 나빠져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본격화하는 경우 등을 염두에 둔 대책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정권 교체 혁명으로 쫓겨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은 지난 2013년 모병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징병제를 폐지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이 계획은 수포가 됐다.

이미 지난해 세 차례 징병이 이뤄져 약 10만명이 충원되면서 13만명 수준이던 우크라이나군은 23만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징병에 맞서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반군도 10만 명 충원을 위한 징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4월부터 이어져온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교전 사태로 지금까지 5358명이 숨지고 1만2235명이 부상했다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3일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