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2008년 도쿄 번화가에서 ‘묻지마 범죄’로 17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확정했지만 일본에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우려가 줄지 않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최고재판소는 2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가토 도모히로(32·사진)의 상고를 기각하고 사형을 확정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파견 근로자였던 가토는 2008년 6월8일 점심시간대에 도쿄의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의 ‘보행자 천국’에 2톤 트럭을 몰고 시속 40여km로 돌진한 뒤 차에 치인 사람과 뒤엉킨 인파에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대학생 등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 혐의로 기소된 그는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와 고등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 이후 일본 정부가 지자체마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묻지마 범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16세 여고생이 같은 반 친구를 토막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데 이어 최근 나고야에서는 19세 명문대 여대생이 뚜렷한 원한 관계도 없는 77세 할머니를 살해했다. 이 여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여학생은 범행 후 자신의 트위터에 “드디어 해냈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여학생은 과거에도 트위터에 “오늘은 가토 도모히로의 생일입니다. 모두 축하합시다”라는 글을 남겨 살인범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호세이대 케이타 오치 교수(범죄심리학)는 이처럼 살인 또는 살인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살인자에게 공감해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데 따른 외로움이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가토는 1심에서 “고독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으며 그가 옥중에서 출간한 170쪽 분량의 수기에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와 현실에서의 소외감을 온라인 게시판 활동으로 해소했다는 등의 내용이 언급됐다. 그를 아는 근로자들도 그가 줄곧 조용하고 인터넷 서핑에만 몰입했다고 증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17명 ‘묻지마 살인범’ 사형 확정에도 잇따르는 묻지마 살인에 충격
입력 2015-02-03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