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메이저리거 문재인의 하향평준화

입력 2015-02-03 16:4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미국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거다. 대선에 나가 48%를 득표했으니 그중에서도 레전드급이다. 대선에 견주면 당 대표를 뽑는 2·8전당대회는 마이너리그다. 그가 전대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혹은 반대 진영에서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우려는 현실화가 됐다. 전대에서는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등 계파 갈등, 지역주의 논란으로 요약되는 네거티브 공방이 비전·정책 경쟁을 앞도하고 있다. 여론조사 룰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경선 룰 논쟁에서 지자 “대선 경선 때 안철수, 손학규의 심정이 이해된다”며 문 의원의 아픈 곳을 파고든다. 한 방송사 토론회에서는 문, 박 의원이 서로에게 “저질이다” “비열하다”고 했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막장”이라고 혀를 찬다.

문 의원 측은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박 의원이 주도하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국민과 당원은 실망하고 있다. 박 의원은 상대의 약점을 놓치지 않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그걸 문 의원이 모르고 전대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당수 의원 및 당원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전대는 ‘지저분함’에서 자유롭지 않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오심, 상대 4번 타자를 겨냥한 빈볼, 사인 훔치기 등 시비가 벌어진다. 하지만 그때 마다 팬들의 마음을 울리는 스타 선수의 한 마디는 “그 또한 야구의 일부다”라는 말이다.

문 의원의 장점은 깨끗함과 진정성이다. 그러나 이번 전대에서는 잘 안 보인다. 메이저리거가 마이너리그에 와서 하향평준화가 됐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문 의원 혹은 그 주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정당 개혁 방안, 눈길을 끄는 행보 등이 잘 안 보인다는 말이 많다. 전대를 자기 페이스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거가 마이너리그에 와서 리그를 ‘씹어먹지’ 못하고 스트라이크 존이 크니 작니, 경기 수준이 어떠니 해봐야 부질없지 않을까.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듯 문 의원은 3일 “저는 당내 싸움은 일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은 기간 메이저리거의 클래스를 기대해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