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은 사람 패고 달랑 사과문 한 장 쓰면 끝나나요?”… 분노만 키운 협회 사과 공문

입력 2015-02-03 13:47
중계방송 영상 화면촬영

우즈베키스탄이 태국 4개국 축구대항전 킹스컵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휘두른 폭력을 사과했지만 우리 축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람을 때리고 공문 한 장 보내서 사과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상식이냐”는 항의도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로부터 스포츠정신을 벗어난 행위에 대한 사과 공문을 접수했다고 3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협회는 전날 발송한 공문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해당 선수들은 협회와 소속팀으로부터 엄중한 징계를 받을 것”이라며 “대한축구협회의 양해를 구한다. 양국 협회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1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의 킹스컵 1차전에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뜬공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미드필더 강상우(포항)의 가슴을 발로 차거나 수비수 심상민(서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심상민의 경우 폭행을 당한 수준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이고르 샴시디노프는 후반 42분 몸싸움을 벌인 심상민에게 두 팔을 사용해 복싱의 잽을 날리듯 주먹을 세 차례 휘둘렀다. 심판이 보는 앞에서였다.

스포츠 정신은커녕 동업자 정신마저 상실한 행위였다. 축구협회나 대회 조직위원회의 징계뿐만 아니라 사법처리를 검토해야 할 수준의 폭행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행동을 포착한 중계방송 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유럽·미주 등으로 퍼지면서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적인 조롱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협회의 사과 공문이 있었지만 우리 축구팬들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사과 공문으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우즈베키스탄협회의 사후처리 방식은 되레 우리 축구팬들의 분노만 자극하고 말았다. SNS에서는 샴시디노프는 물론 우즈베키스탄협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사람을 패고 사과문 달랑 한 장 보내는 것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통하는 상식인가.”

“그 협회에 그 선수다. 협회에서 이렇게 행동하니까 22세 이하 선수도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다.”

“우리가 때렸으면 협회 간부와 폭행 선수를 우즈베키스탄으로 보내 고개 숙여 사과하라는 여론이 불거졌을 것이다.”

“사과 공문으로 변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의 벌점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냥 사법처리하자.”

“이런 상황에서도 양국의 우호를 말하는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가 가증스럽다.”

한편 킹스컵 조직위원회는 지난 2일 징계위원회를 통해 남은 일정에서 샴시디노프의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폭력의 수위에 비해 징계가 미미하고 다른 국제경기의 제지로 이어지지 않아 현실적인 처벌은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