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의 복수?’ 박창진 사무장의 지옥 스케줄

입력 2015-02-03 09:18 수정 2015-02-03 10:16
방송화면 캡처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업무 복귀 후 “18년 근무하면서 이런 ‘지옥 스케줄’은 처음”이라며 회사 측의 인사보복 의혹을 제기했다.

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한 박 사무장의 이달 비행 스케줄은 대부분 국내선이나 일본·중국·동남아 단거리 국제선으로 짜여 있다. 매달 2~3회 이상 편성되는 장거리 노선은 인천~이탈리아 로마 1회뿐이다.

박 사무장은 4일 오전 7시부터 12시45분까지 김포~여수를 2회 왕복하는 일정이 잡혀 있다. 5일에는 오전 10시5분 출발하는 인천~일본 삿뽀로 비행이 예정돼 있다. 승무원들은 통상 비행기 출발이 오전 7시라면 오전 4시30분쯤 출근한다.

13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25분까지 김포~제주~원주~제주~부산~김포를 오가는 국내선 5회 일정이 잡혀 있다.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노선은 대부분 현지에서 체류하지 않고 바로 승객을 받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이 때문에 대다수 승무원들은 비행 수당도 많고 체류비도 나오는 장거리 노선을 선호한다.

하지만 박 사무장은 국제선 스케줄도 현지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대기하다 바로 출발하는 ‘퀵턴(quick turn)’ 노선에 많이 배치돼 있다.

11일은 홍콩 비행 스케줄로 오전 8시2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홍콩 현지에 오전 11시20분 도착하고, 오후 12시35분 홍콩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오후 5시에 도착한다.

22일은 인천공항에서 오후 6시30분 출발해 태국 푸켓공항에 오후 11시15분 도착하고, 24일 태국 푸켓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오전 8시45분 도착한다.

한 전직 승무원은 이 매체에 “힘들고 돈 안 되는 노선을 중심으로 시간표를 편성하면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 사측 인사들과 함께 비행시키는 것”이라며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직원들의 징계 수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 14명을 이끄는 팀장에 걸맞게 다른 팀장들과 비슷한 수준의 월 79시간 비행 업무”라며 “승무원 스케줄은 컴퓨터에 의해 자동편성되며, 인위적으로 가혹한 스케줄 편성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 사무장의 장거리 비행이 1회만 편성된 데 대해선 "이달에 다른 팀장과 같은 수준으로 뉴욕과 로마 등 장거리 2회 비행이 편성돼 있었으나 10일 뉴욕 비행스케줄이 회사내 승격시험으로 인해 4명의 결원이 생기는 바람에 박 사무장이 단거리 노선으로 대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장은 지난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결심공판에서도 “업무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회사 측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