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북한 측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김 대표에게 평양으로 직접 들어오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대화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참석하기에 앞서 뉴욕채널을 통해 김 제1부상과 제3국에서 회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장기교착 상태에 놓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탐색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려는 용의를 보이면 양자 관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의미 있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트랙 2'(민간) 차원의 북·미접촉에 참여했던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도 김 대표에게 탐색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제3국이 아닌 평양으로 들어와 대화를 갖자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현시점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사절이 평양을 방문하는 모양새가 좋지 못한데다 평양이 탐색적 대화의 장소로 적절치 못하고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해 난색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30일 베이징(北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도 내가 베이징에 도착할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이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북미 간) 실질적인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김 성(성 김)이 이번 아시아 방문 기간 우리와 만날 의향을 표시한 데 대해 평양에 오라고 초청까지 했다”며 “그러나 미국은 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마치도 우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이 여론을 오도하면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이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되려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영변 5MW(메가와트) 원자로 가동 중단 등의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익명의 소식통 “성김, 제3국서 김계관과 비공개 회동 제안… 북이 평양에서 만나자고 해 무산”
입력 2015-02-03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