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위반하면 때려도 되나요” 조현아 땅콩회항 책임 전가 뭇매

입력 2015-02-02 20:31 수정 2015-02-02 22:20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2일 법정에서 ‘땅콩 회항’ 원인을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돌리는 입장을 반복해 공분을 사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기내에서의 자신이 행동이 여승무원 서비스 위반과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미숙지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사는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조 전 부사장은 한동안 머뭇거리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네티즌들은 조 전 부사장의 발언에 분노했다.

‘agai**’는 “발단은 양심없는 당신 때문이다”고 일갈했다. ‘dltn**’는 “매뉴얼을 안 지켰다고 꼭 욕하고 때려야 하나? 친절한 말투로 알려주면 안 되나? 정신세계 정말 신기하다”고 비꼬았다.

‘별**’은 “직원이 매뉴얼을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 실수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지 못하는데 왜 자꾸 책임을 돌리고 사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역대급 똥배짱이다”고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이후에 한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한 부분(폭언·폭행)에 대해서는 경솔한 행동이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어 해당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으로서 항공기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할 권한이 있는 것이냐’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또 박 사무장에게 항공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그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며 책임을 기장에게 돌리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피고인 신문 끝에 재판부가 “‘왜 내가 여기 앉아있나’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저녁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건의 발단을 끝까지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언론을 통해 한 사과와 반성은 비난 여론에 못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