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2일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대해 “유승민 의원의 승리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패배”라고 잘라 말했다.
친박은 김무성 대표가 승리했던 전당대회에 이어 이번 원내대표 경선까지 큰 경기에서 2연패(連敗)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당선됐던 지난해 5월 국회의장 선거까지 합치면 3연패다.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의 압승은 친박 반란표에 비주류가 결집한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비주류가 미는 유승민·원유철 조와 친박이 지지하는 이주영·홍문종 조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됐다. 청와대가 내놓고 선거운동을 하지는 못했으나 ‘박심(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홍 조에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친박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3명의 현역 의원 국무위원까지 투표장에 내보내며 ‘표 짜내기’를 했으나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박근혜정부 초기 여당을 주도했던 ‘친박 와해’의 전주곡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불통 논란 속에서도 박 대통령을 뒷받침했던 친박의 세력 약화는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입법과 여야 관계를 컨트롤하는 원내대표 자리를 비주류에 뺏김에 따라 친박이 코너에 몰린 것은 확실해 보인다. 주류를 자임했던 친박이 당내 소수 권력으로 몰락하고 비주류가 대표와 원내대표를 동시에 차지하며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움켜쥐게 된 것이다. 친박을 향해 ‘오합지졸’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라는 조롱 섞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친박이 세력으로서 힘을 잃고 각자도생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제기된다.
친박이 참패한 것은 많은 친박 표가 유 원내대표를 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남권 친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박 대통령 당선 2주년 기념일에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일부 친박 중진의원들도 유 원내대표를 도운 것으로 안다”면서 “입으로만 박 대통령을 위하는 친박들 때문에 졌다”고 토로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이 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친박의 몰락...당내 선거 3연패
입력 2015-02-02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