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가 주택 중 하나인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의 분양전환(임대주택을 분양해 소유권을 넘기는 것) 가격을 의뢰인 입맛대로 부실 평가하고 수억원을 챙긴 감정평가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민간 임대아파트로 완공된 한남더힐은 2013년 7월부터 분양전환(600세대)을 추진하면서 세입자와 시행사 측의 분양가 평가액이 1조3000억원 이상 차이 나 ‘고무줄 감정가’ 논란을 빚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안범진)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나라감정평가법인 전 대표 김모(57)씨 등 감정평가사 3명과 나라감정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에게 돈을 준 한남더힐 분양전환 대책위원장 윤모(66)씨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윤씨로부터 “감정가를 최대한 낮춰 달라”는 제안을 받고, 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채 소위 ‘탁상감정’을 통해 평균가 1조860억원을 제안해 감정 업무를 따냈다. 이들은 실제 감정 결과도 이에 맞춘다는 이면계약도 체결했다. 이 금액은 한남더힐 임대료 총액(1조152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 등은 평가액을 끌어내리기 위해 노후 주택을 비교 사례로 정하는 등 편법을 동원했다. 김씨는 심사자가 아닌데도 심사자인 것처럼 서명해 감정평가서가 발부되도록 했다. 나라감정 측은 실제 2조원이 넘을 거란 관측도 나왔던 한남더힐 감정가를 1조1620억원으로 책정했다. 3명의 감정평가사는 이에 대한 대가로 윤씨에게서 모두 5억89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시행사와 계약한 감정평가법인은 2조5512억원의 감정가를 내놨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7월 나라감정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연루된 감정평가사들에게는 최장 1년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국토부는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적정가격을 1조8000억원으로 발표했다.
검찰 기소에 대해 나라감정 측은 “5억8900만원은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관련 법률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받은 정상적 감정평가 수수료”라는 입장을 냈다. 감정평가사 3명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이 아니라 회사 수입으로 국세청에 매출 신고해 세금 납부까지 마친 정당한 용역비용이란 취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한남더힐 ‘헐값 탁상 감정’ 대가 감정평가사들 6억 챙겼다
입력 2015-02-02 17:59 수정 2015-02-06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