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개선 기획단 자진 해체… 공은 여당으로

입력 2015-02-02 19:54
사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이끌던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정부의 개편 논의 중단에 반발해 위원장 사퇴의사를 2일 밝혔다.연합뉴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준비해온 민·관 합동기획단이 스스로 해산했다. 보건복지부의 건보료 개편 보류 결정에 대한 반발이다. 복지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칼자루는 여당인 새누리당으로 넘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그간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을 교수, 전문가, 관련 단체 대표 등 16명으로 구성된 기획단에 맡겼다. 이들은 2013년 8월 첫 회의를 가진 뒤 지난해 9월까지 11차례 공식 회의를 갖고 개선안을 만들어 왔다. 이들은 복지부의 지난주 개편 보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며 기획단 해체를 선택했다.

기획단장인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2일 ‘사퇴의 변’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올해 자료를 사용해 시뮬레이션을 하겠다는 것은 내년에 다시 개선안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현 정권에서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획단이 1년 6개월간 논의했는데도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복지부의) 무책임한 변명”이라며 “정부는 매일 건보공단에 쏟아져 들어오는 민원의 소리가 들리지 않나 보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지난 9월 기획단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임금 이외 소득이 있는 근로자의 경우 기준 이상 수입에 건보료를 부과하고, 피부양자 가운데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도 보험료를 걷으라는 것이다.

기획단은 애초 기획단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해산을 알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획단 가운데 국책연구기관 소속 등 일부가 공개 성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다수 위원이 ‘사퇴의 변’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건보료 개편 보류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풀기는 어렵고 결국 여당이 나서야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선출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곧 당정이 열려 타개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