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축구 우즈벡, 구소련으로 돌아가”… 이틀간 한국만 ‘퍽퍽’ 비난 봇물

입력 2015-02-02 17:11
중계방송 화면촬영

형도 맞고 아우도 맞았다. 우리나라 성인 축구대표팀이 2015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의 ‘럭비축구’로 몸살을 앓은 다음 날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은 태국 킹스컵에서 우즈베키스탄의 ‘깡패축구’로 멍들었다. 축구팬들은 치를 떨었다.

2일 SNS에는 우즈베키스탄 U-22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전날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4개국 대항전 킹스컵 풀리그 1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을 노골적으로 때린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을 향한 비난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뜬공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미드필더 강상우(포항)의 가슴을 발로 차거나 수비수 심상민(서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심상민을 쓰러뜨린 반칙은 폭행 수준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이고르 샴시디노프는 후반 42분 몸싸움을 벌인 심상민에게 두 팔을 사용해 복싱의 잽을 날리듯 주먹을 세 차례 휘둘렀다. 심판이 보는 앞에서였다. 스포츠 정신은커녕 동업자 정신마저 상실한 행위였다. 출전 정지보다는 선수 자격을 박탈해야 할 수준의 폭행이었다.

영국 일간 미러는 “킹스컵이 말을 타고 창으로 서로를 찌르는 대회인가. 폭력을 휘두른 우즈베키스탄 선수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펀치와 쿵푸 킥’이라는 표제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난했다. 우리나라는 1대 0으로 승리했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분노했다. SNS에는 “중동의 ‘침대축구’도 중국의 ‘소림축구’도 우즈베키스탄의 ‘깡패축구’ 수준은 아니다” “호주아시안컵 8강전에서 형들을 집으로 빠르게 돌려보낸 우리나라에 보복 차원의 폭행이 아니냐”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폭행을 방관한 킹스컵을 보이콧하고 당장 귀국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 축구가 불과 이틀 사이에 하루 한 차례씩 그라운드 폭력에 시달린 점은 분노를 키웠다. 축구팬들은 지난 31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성인 대표팀을 과격한 반칙으로 압박한 호주 선수들을 우즈베키스탄 U-22 선수들과 비교했다.

우리나라가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동안 받은 경고는 없었지만 호주의 옐로카드는 5장이었다. 호주 미드필더 매튜 스피라노비치(알 아라비)의 경우 연장 전반 우리 공격수 이근호(엘 자이시)에게 슬라이딩태클을 가하는 과정에서 발바닥을 들어 스파이크로 배를 가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호주에 1대 2로 졌다.

축구팬들은 “우즈베키스탄은 구소련으로, 호주는 오세아니아로 돌아가라” “유럽의 유산은 실력이었어야 했다. 우즈베키스탄과 호주가 물려받은 유산은 폭력성뿐이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