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와 관련해 치매를 핑계로 법원 출석을 거부해온 라응찬(73)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 연말 송년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지난달 말 농심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2일 “라응찬 전 회장의 불법 행위가 문제가 될 때마다 치매를 앓고 있어서 소환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변명하고 발뺌해 왔는데, 이 같은 검찰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농심이 소환조사에 응할 수 없는 치매 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라응찬 전 회장을 봐주기 해왔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가 공개한 1월호 신한은행 동우회 송년의 밤 행사 소식지에는 라응찬 전 회장이 신한은행 송년회에 참석해 헤드테이블에 앉았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농심은 지난달 29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라 전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은 다음달 20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라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이유로 신한사태 공판에 수차례 참석하지 않았다.
2013년 11월 신한사태 공판에서 재판부는 “증인으로 예정됐던 라 전 회장과 일본인 주주 이모씨가 지난 12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라 전 회장은 사유서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고 밝혔었다.
라 전 회장 측은 앞서 그해 10월 공판에서도 “신한사태 이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당시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측은 “라 전 회장은 사외이사 활동을 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2010년 9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이 드러났다. 라 전 회장이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시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간의 폭로전이 이어진 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동반 퇴진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치매 앓는 라응찬 전 신한 회장을 사외이사로?
입력 2015-02-02 17:12 수정 2015-02-02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