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에 비주류의 3선 유승민 의원이 선출됨에 따라 당청관계에 거대한 격랑이 예상된다. 청와대가 우위에 있던 기존 당청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당과 청와대가 주도권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일 경우 당청관계는 긴장과 충돌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주장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라는 ‘비주류 투톱’ 체제가 등장함에 따라 여당 내부 역학구도에서도 친박(친박근혜)이 열세로 돌아섰다. 김 대표의 수첩 파동 때 등장했던 이니셜인 ‘K(김무성)·Y(유승민)’ 라인이 당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다.
국회에서 2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유승민·원유철(4선·경기 평택갑) 의원 조가 84표를 얻어 65표에 그친 이주영·홍문종 의원 조를 눌렀다. 이에 따라 신임 정책위의장에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이자 역시 비박(비박근혜)로 분류되는 원 의원이 뽑혔다.
친박은 원내대표 경선 투표장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배지가 있는 국무위원을 총출동시켰으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대통령이 63세 생일 날 원치 않았던 생일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예상 밖 대승’이라는 경선 결과는 “할 말하는 당청 관계”를 내세웠던 유 원내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당청관계의 변화를 원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열망이 경선 결과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음을 분명히했다.
그는 청와대 개편과 부분 개각이 임박한 것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충분히 감안한 수준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인적 쇄신은 내가 이야기 안 해도 국민들의 요구가 굉장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정부의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해 “현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한 기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그 기조는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개헌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개헌 논의 착수에 긍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견해들은 청와대의 기본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당청 갈등이 조기에 점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유승민 선출
입력 2015-02-02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