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250개 업소- 15만명, 무슬림 송금시스템 이용 IS에 자금 지원

입력 2015-02-02 17:11

유럽 국가들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유입을 방지하고 자국민들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급진주의 세력에 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무슬림들의 테러자금 지원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자국 내 정육점, 식료품점, 전화기 판매점 등 250개 업소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 업소는 전통적 무슬림 송금시스템인 ‘하왈라’를 이용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IS에 돈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어로 ‘신뢰’라는 뜻을 가진 하왈라는 전 세계에 뻗어있는 무슬림 조직망을 통해 은밀히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하왈라 점포에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자금을 맡기면 비밀번호가 부여된다. 이 비밀번호를 수취인에게 알려주면 수취인이 가까운 하왈라 점포에서 비밀번호를 대고 돈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왈라 방식을 사용하면 기존 은행망에 잡히지 않아 금융당국의 통제를 피할 수 있다. 또 거래가 완료되면 비밀번호 등의 증거를 즉시 폐기하기 때문에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불법 자금거래와 테러 조직의 자금 지원에 주로 쓰인다.

스페인 내 무슬림 15만명은 해외송금에 하왈라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8년 하왈라를 이용해 1000억원대의 외환을 불법 송금한 파키스탄인 조직이 적발돼 조직원들이 구속된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하왈라를 통한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하왈라 조직의 실태파악과 단속이 계속돼 왔지만 완벽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말 IS 등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