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 30대 초반인데… 관절염 이라니요?” 최근 지속적으로 손가락 관절 통증을 느껴 진료실을 찾아온 한 여성환자가 진단결과를 전달한 필자에게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던 적이 있다. 이 여성환자의 진단명은 류마티스 관절염이었는데, 다행히 평소 자신의 몸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던 습관 덕에 조기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여 호전할 수 있었다.
위 여성환자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절 질환은 노년층에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들이 이상반응을 일으켜 신체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이 가능하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 중 대다수는 처음에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상당하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이 무서운 이유는 한번 관절이 손상될 경우 치료를 받더라도 병의 진행을 막아줄 뿐 관절을 원 상태로의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3명은 발병 후 진단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진단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실제 진료실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이미 관절 장애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에 대해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초기에는 관절을 싸고 있는 활액막에 염증이 발생하며 진행될수록 점차 주변 연골과 뼈로 염증이 퍼진다. 그 결과 온 몸의 모든 관절이 쑤시고 저리며 뻣뻣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관절의 통증, 후끈거림, 압통과 함께 부종이 발생한다. 보통 양쪽 관절에 모두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대게 손가락, 손목, 팔꿈치, 무릎, 발가락 같은 관절에 잘 발생한다. 병이 진행될 경우 관절에 손상을 입히면서 관절이 꺾이거나 뒤틀리는 등의 관절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확실한 예방법이 없다. 따라서 조기 발견으로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발병 후 2년 이내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구적인 관절 손상과 변형이 나타날 수 있어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특별한 치료 약제가 없어 스테로이드나 소염진통제에 의존했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약은 독하고, 병은 치료되지 않는다는 편견이 대중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 이래 TNF 차단제와 같은 우수한 약물이 등장하면서,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할수록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은 증상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질병의 징후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관절의 변형을 막고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서울의료원 류마티스내과 최병용 과장
[건강 나침반] 류마티스 관절염, 작은 증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자
입력 2015-02-04 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