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 ㉻ 신구조화 돋보였지만 한계도 절감

입력 2015-02-02 16:13

신구조화, 베테랑의 재발견, 새 얼굴의 등장…. ‘슈틸리케호’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선전한 비결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한 ‘비빔밥 축구’로 27년 만에 준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수 풀(Pool)의 한계를 경험했다. 한국은 전반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아시아 맹주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하모니’는 한국 축구의 힘=대표팀의 맏형 차두리(35·FC 서울)와 막내 손흥민(레버쿠젠), 김진수(이상 23·호펜하임)의 나이 차는 12살이나 된다. 띠 동갑 사이의 틈은 기성용(26·스완지시티), 한국영(25·카타르 SC), 김영권(25·광저우 헝다) 등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이 채웠다. 경험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대표팀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난달 22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 후반 14분 차두리가 폭풍 같은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따돌리고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날려 추가골을 도운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차두리는 그간 외면당했던 베테랑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는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웠고 후배들은 차두리에게 우승을 선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은 이정협(24·상주 상무)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의 발굴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찾아낸 ‘흙 속의 진주’ 이정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해 바로 골을 넣었으며 아시안컵에서도 2골을 터뜨렸다. 넘버 3 골키퍼였던 김진현은 김승규(25·울산 현대), 정성룡(30·수원 삼성)을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 떠올랐다.

◇이제는 러시아월드컵 예선이다=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 풀의 한계를 절감했다. 특히 이청용(27·볼턴)과 구자철(26·마인츠)이 조별리그에서 다친 바람에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호주전 후반 공격력 강화를 위해 꺼낼 수 있었던 카드는 이근호(30·엘 자이시) 정도였다. 반면 호주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 토미 유리치(24·웨스턴 시드니)와 제임스 트로이시(27·쥘테 바레험)를 투입했고 둘은 비축된 체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합작했다.

한국은 무실점 전승 행진을 하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경기력은 불안했다. 기성용을 제외하면 기복 없이 믿음직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전에 비해 수비가 안정됐다지만 모든 경기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6월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한국은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한편 골 결정력도 강화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1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공을 소유했을 때 공격 전개를 해 가면서 경기를 풀어 가는 능력이 더 발전해야 한다. 볼 점유율이 높은데도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