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역서점 살리기 확산된다

입력 2015-02-02 22:05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달 22일 관할 공공도서관에 들어갈 1800만원어치의 책을 지역서점인 중원문고에 발주했다. 작은 서점이라 납품을 제대로 할까 걱정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성남시는 벌써 3주째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매해 도서관에 넣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까지 공개입찰 방식으로 한 업체를 선정해 연간계약을 맺고 도서 납품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주 단위 분할계약으로 도서 구매 방식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한 회 발주액이 2000만원 이하로 분할될 수 있고, 발주액 2000만원 이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류광현 성남시 평생학습원 장서개발팀장은 “지역서점들과 간담회를 해보니까 지금 상태로는 운영이 불가능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면서 “성남시의 한 해 도서 구매 예산이 10억원인데, 분할계약을 통해 이중 80% 정도는 지역 내 서점과 유통업체에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도 의정부시를 시작으로 지역 내 공공도서관에 들어가는 책은 지역 내 서점에서 사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서점을 회생시키는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올 들어 성남시, 파주시, 부천시 등이 지역서점 구매를 결정했고 고양시, 전주시 등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울에서는 관악구청이 최근 동주민센터의 작은도서관에 들어가는 책을 동네서점에서 구입하기로 했으며 다른 구청들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교육청도 가세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일 산하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건당 1000만원 미만의 도서 구매 시 동네서점을 이용하도록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의 한 해 도서구입비는 21개 공공도서관(35억원)과 1333개 학교도서관(130억원)을 합쳐 총 165억원 규모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액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지역서점이 공공도서관에 납품하게 된다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지역 서점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공도서관들은 최저가로 책을 구입하다 보니 할인 폭이 큰 대형업체들과 거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최대 할인폭을 15%로 묶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지역서점과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책위원장(의정부 광동서점 대표)은 “의정부시의 도서 구매 예산이 연 3억원정도 되는데, 공개입찰을 하면 300∼400개 업체가 몰린다”며 “그러다 보니 동네서점들이 낙찰 받을 확률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지자체가 도서 구매 방식을 연차계약에서 분할계약으로 바꾸면 더 많은 예산을 지역서점 구매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매 예산은 5300억원이다.

김남중 박세환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