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이자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8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매년 2월 발표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연례 보고서가 올해도 관심을 끈다.
30쪽 정도의 이 보고서는 투자 기법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가 담겨 세계적 펀드매니저와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탐독하고 앞다퉈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달 말 나올 올해 보고서에는 다국적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 인수 5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어서 더욱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91) 부회장은 보고서에서 버크셔가 지난 50년간 걸어온 길을 반추하고 향후 50년에 대한 각자의 전망을 독립적으로 기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 등은 1960년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섬유업체 버크셔를 인수했다. 이후 보험을 비롯한 각종 산업과 코카콜라, 맥도날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를 적절히 조합해 역사상 가장 훌륭한 투자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버크셔는 미국 발전업체들과 북미 최대 규모의 철도회사, 식품업체 하인츠 등의 지분까지 인수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최대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 가치가 3580억 달러(약 393조 원)로 제너럴 일렉트릭보다도 크다.
이 과정에서 회장이자 최고경영자 그리고 최고 투자담당자의 '1인 3역'을 해온 버핏이 어느덧 80대 중반이 되고, 동업자인 멍거 부회장도 90대가 되면서 버크셔의 앞날에 관해 여러 가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버핏 회장의 건강이 아직은 괜찮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까지는 몇 년 더 걸릴 전망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 문제를 버크셔의 최고 위험요인으로 꼽는다.
칼라일 그룹 설립자 데이비드 루번스타인은 “버핏 회장이 떠난 뒤 버크셔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항상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고 말했다.
버크셔를 연구해 온 학자들은 무언가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브루스 그린월드 교수는 “경영관리에 변화가 필요할 때 실적을 제대로 못 내는 사업 분야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핵심 문제”라면서 “사람들은 버핏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라고 믿지만 어떤 후계자도 그런 믿음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버핏 보고서의 해설서를 펴냈던 래리 커닝햄 교수는 버크셔가 계열사들을 여러 단위로 묶어 10명 정도의 사업분야별 회장을 임명해 이들을 새로운 경영관리층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버크셔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 회사가 분할하는 대신 계속 덩치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수합병의 밑천으로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250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해마다 연례 모임에 초청받아 버핏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애널리스트 제이 겔브는 “버핏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도 주주들을 위해 계속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해 버크셔를 어떻게 자리매김 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버핏 이후에도 남아 있을 보고서의 메시지가 지속한다면 버크셔 또한 지속 가능하다고 FT는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워런 버핏의 미래를 본다…'버크셔 50년 보고서' 주목
입력 2015-02-02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