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필자의 병원에 20대 초반의 젊은 남학생이 허리 통증으로 찾아왔다. 집을 떠나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이었는데, 처음에는 값싼 침대 매트리스가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난히 허리 통증이 심한데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 통증이 금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침대를 바꾼 후에도 자꾸 허리가 아프고, 허리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깨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해 결국 병원을 찾아왔다고 했다. 아침에 유난히 통증이 심하다는 환자의 말에 의심되는 질환이 생각났고, 검사 결과 환자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되었다.
강직성 척추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면역 세포가 척추 관절을 공격해 염증성 통증과 강직 현상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계속해서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조기에 진단받지 못해 질환을 방치하면 척추가 직각으로 완전히 굳어버리게 된다. 증상이 매우 심한 일부 환자들은 배와 가슴이 붙어버릴 정도로 척추가 굳어 아예 하늘을 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서너 배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데,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20대~30대 젊은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나 문제가 된다. 젊은 남성들이 허리 통증을 안 좋은 자세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나 단순 디스크 등으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초기에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서 서서히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를 가벼이 여겨 방치하게 되면 허리 위쪽과 등, 어깨까지 통증이 확대되면서 척추에 영구적인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척추도 관절이기 때문에 한 번 변형이 나타나면 어떠한 약으로 치료해도 원래의 상태로 돌릴 수 없다. 따라서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이 발견되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증상을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앞서 소개한 환자처럼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특히 뻣뻣하다가 오후가 되면 증상이 사라지는 조조강직은 강직성 척추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러므로 특히 아침에 허리 통증이 심해 몸을 앞뒤로 젖히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따라서 질환의 치료는 약물 치료로 염증을 조절해 관절의 손상을 막고, 동시에 운동 치료로 척추 관절의 유연성을 길러 환자가 운동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과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항류마티스 제제 등의 약물을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척추에 염증을 일으키는 TNF-알파라는 면역 체계 구성 요소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의 처방이 늘고 있다. 운동 치료로는 스트레칭, 수영, 요가 등과 같이 유연성을 길러줄 수 있는 운동을 권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질환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수록 치료 예후가 좋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가 작년에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증상을 처음 경험한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4.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따라서 젊은 남성에게서 이유 없이 허리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소망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적절한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가 병행되면 강직성 척추염도 일반인과 똑같이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정섭 부산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건강 나침반] 2030 젊은 척추 위협하는 강직성 척추염
입력 2015-02-02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