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PC방만 노려 남친이 털고 여친은 망보고…간 큰 커플 쇠고랑

입력 2015-02-02 09:57

지난달 중순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 PC방에 천모(24)씨가 여자친구 김모(20)씨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PC방 안에서 이 자리, 저 자리를 기웃대며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게임을 하던 손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잽싸게 접근했다.

김씨가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는 사이 천씨는 컴퓨터 앞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과 지갑을 재빨리 훔쳐 여자친구와 유유히 PC방을 빠져나갔다. 천씨는 직접 물건을 훔치는 행동대장을 했고 김씨는 망보기와 함께 훔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등 금품을 현금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커플은 최근까지 한 달여간 성북구와 강북구의 PC방을 휘저으며 13차례에 걸쳐 절도 행각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PC방 손님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잠깐 자리를 비울 때 무심코 스마트폰 등 소지품을 자리에 두고 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용객이 많아 행동이 눈에 띄지 않고 관리자 주의가 비교적 소홀한 50∼100석 규모의 대형 PC방을 목표물로 삼았다. 천씨는 아이폰이나 갤럭시노트 등 훔친 스마트폰을 대당 5만∼12만원에 인터넷에서 만난 ‘대포폰' 업자에게 팔아넘겼다.

경찰은 강북 일대에서 비슷한 범죄가 잇달아 일어나자 수사에 착수했고, 여러 PC방의 CCTV 화면에서 수상한 행동을 보인 천씨 커플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 검거 당시 천씨의 주머니에서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이 7개나 나왔다. 천씨는 “주민증은 다른데 팔려고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커플은 이미 털어간 PC방에 다시 나타나 한두 차례 더 범행을 저지르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천씨 커플은 찜질방과 모텔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먹고 자는데 급급해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도둑질을 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천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천씨는 애초 김씨가 범행과 관계가 없다고 잡아뗐지만, 공범임이 밝혀져 경찰은 김씨도 입건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