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덕에 시중으로 풀려나간 돈은 많아졌지만 정작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예전만 같지 않고 자영업도 창업 3년차에 70% 이상 망하는 등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1.6%), 광주은행의 '그린스타트예금'(1.92%), 산업은행의 'KDBdream 자유자재 정기예금'(1.93%), 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1.98%) 등이 1%대 금리를 주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세금 등을 고려하면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셈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연 1.9%인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에 1억원을 예치했다면 한 해 이자는 190만원이 된다. 여기에 이자소득세(15.4%)와 주민세(1.4%)를 빼면 예금주가 실제로 받는 이자는 158만원 정도다. 결국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얻어가는 실제 이자율은 1.58%로 볼 수 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이 1.9%인 점에 비춰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가계와 기업 입장에서는 갈수록 은행에 돈을 맡겨둘 이유가 희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기 예·적금과 양도성예금증서 등을 모두 포함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달 연 2.16%로, 이미 기준금리에 바싹 다가서 있다. 지난달 새로 취급된 정기예금의 금리대별 가입액 비중을 보면 연 2%대가 81.9%에 달했고 2% 미만은 18.1%였다.
제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예금 금리도 대부분 2% 초중반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상호금융의 예금 금리는 연 2.37%였고 새마을금고(2.61%), 신용협동조합(2.67%), 상호저축은행(2.76%) 등 순이다.
지난해 예금금리가 떨어졌는데도 돈은 은행으로 몰렸다. 은행권이 기업·가계 등에서 받은 총 예금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075조원으로 1년 새 66조원이 불어났다. 전체 예금 규모는 2013년 말(1010조)보다 6.5% 늘었다. 이는 2013년 1∼11월 증가율인 2.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가계(529조원)가 예금을 5.5% 늘렸다. 기업(315조원)과 기타 경제주체(231조원)의 예금 증가율은 각각 1.4%, 17.3%였다.
은행의 예금 회전율도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회전율은 3.7회로 전월(3.9회)보다 떨어졌다. 2013년 12월만 해도 4.1회 수준이었지만 작년 내내 3회 수준에 머물렀다. 예금 회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소비를 위해 예금 인출을 덜 했다는 뜻이다. 돈이 시중에서 도는 속도가 그만큼 느려졌다고도 볼 수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금융시장에 쌓인 단기 부동자금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단기 부동자금의 잣대로 활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잔고 상승률은 가파르다. MMF 설정액은 지난 29일 현재 98조3000억원으로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년간 설정액이 26조원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15조9000억원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화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돈 많이 풀렸지만 갈 곳 못 찾는다
입력 2015-02-02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