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일 살해했다고 주장한 고토 겐지(47)씨는 세계 각지 분쟁지역의 참상을 알려온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특히 기독교인이면서도 이슬람 세계에 대해 편견없이 접근하고, 또 고통받는 이슬람인들을 도우려 했던 ‘선인(善人)’으로 기억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한 고토씨는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든 채 인권, 평화 등을 테마로 중동, 북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험지에서 취재 활동을 벌여왔다. 기본적인 취재의 테마는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는 것이었고, 이런 취재활동과 보도를 통해 부당한 현실을 고쳐나가려 했다. 특히 그는 분쟁지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거나 소년병이 되길 강요당한 아이들의 삶을 저술과 강연으로 알리는 데 앞장 서 왔다.
직접 촬영한 영상 자료를 활용해 일본 학생들에게 자신이 체험한 분쟁 지역 아이들의 삶을 생생히 전했고 일본유니세프협회와도 함께 일해 왔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슬람권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편견없이 중립적인 보도를 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종교적 우월이나, 분쟁 또는 전투 자체보다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라크 전쟁 때는 전투가 끝나고 치안이 악화돼 서방 기자들이 대부분 떠난 뒤에도 현지에 남아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교도통신의 취재에 응한 고토씨의 지인은 그가 마지막 여행이 된 지난해 10월 시리아행에 앞서 자신과 만났을 때 IS에 대한 서방 중심의 공습이 현지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취재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 현장을 취재할 때는 현지 어린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확인한 뒤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과 인터뷰한 시리아의 고토씨 지인은 “그는 시리아에서 환영받는 존재였으며, 특히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토씨는 연락이 끊기기 전 마지막 영상에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시리아 사람을 원망하지 않으며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 일본의 여러분도 시리아 사람에게 어떤 책임도 지우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IS 희생자 고토, 편견없이 이슬람 취재한 크리스천
입력 2015-02-0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