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악재에도 선전을 펼치며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일군 한국 축구 대표팀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게이트에는 취재진과 시민 100여명이 빽빽이 들어서 태극전사들을 맞았다. 오후 6시20분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필두로 선수단이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게이트장에서 나오자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불과 7개월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2무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왔을 때 일부 팬들이 대표팀을 향해 호박엿 사탕을 집어던졌던 때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14년 국가대표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둔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와 대표팀의 새 기둥 ‘손날두’ 손흥민(23·레버쿠젠)이 들어서자 팬들은 더욱 열광하며 이들의 이름을 외쳤다. 특히 차두리는 팬들 앞에서 양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쇼맨십을 발휘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선수단은 귀국 환영식이 예정된 인천공항 밀레니엄홀로 자리를 옮겼다. 환영식에는 팬 500여명이 몰려 선수들이 한 명씩 소개되며 단상에 오를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깊은 환대에 감사드린다”면서 “브라질월드컵 이후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이런 환대가 필요했다”고 감사해 했다. 이어 “(출국 전) 최선을 다해서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쓰겠다는 점 한 가지는 약속드렸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다만 “기술적인 부분은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비에서부터 공을 소유했을 때 빌드업(공격 전개)을 해 가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수(23·호펜하임)가 호명될 때에는 유난히 큰 함성이 터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호주와의 결승전 연장전 때 상대 선수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였다. 김진수는 “많은 것을 배운 대회였고 부족한 점은 마지막 경기에서 느꼈다”면서 “독일에 돌아가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손흥민만큼 잘하고 열심히 해 팀 내 입지를 굳혀 월드컵 예선에서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시안컵이 배출한 스타 ‘군데렐라’ 이정협(24·상주 상무)은 겸손한 자세로 더욱 실력을 가다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목받는다고 해서 거만해질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상주에 돌아가서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며 다시 이 자리에 오겠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