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난소없이 겉만 여성인 유전적 남성, 무사히 쌍둥이 ‘출산’

입력 2015-02-01 12:37 수정 2015-02-01 12:38
페이스북 캡쳐

유전학적으로 남성으로 태어나 생식 기능이 없었던 여성이 쌍둥이를 출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위키트리에 따르면 영국 데일리 미러(Daily Mirror)는 영국 베드퍼드 출신 여성이 체외 수정으로 '특별한 출산'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드로겐 저항 증후군을 앓고 있는 헤일리 헤인스 이야기다. 안드로겐 저항 증후군은 남아 2만~6만 4000당 1명꼴로 나타나는 유전 질병으로 외부성기만 완전한 여성형일뿐 난소, 난관, 자궁은 존재하지 않는다.

헤인스는 19세가 될 때까지 월경을 하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XY 염색체를 지니고 태어났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헤인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의사가 나에게 자궁이 없다고 말했을 때, 너무 혼란스러워 토할 것 같았다. 내 가장 큰 공포는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며 "마치 '반만 여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남자를 사귀며 '사실 난 유전적으로 남성이야'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그러나 헤인스는 16세 때부터 친구로 지내온 샘에게만은 자신이 유전적 남성이라고 밝혔다. 샘은 이후 헤인스의 남편이 됐다.

샘은 "당시 헤일리가 '이제 어떤 남자도 날 원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함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는 모두 널 원할 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때는 그저 친구로서 말한 거였지만, 그 남자가 내가 된 것이 참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유전학적 남성'으로 임신을 포기한 헤인스에게 희망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로열 더비 병원 전문가는 헤인스에게 지난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아주 작은 자궁을 찾아냈다.

체외 수정 가능성이 생기며 헤인스는 호르몬 치료로 자궁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마침내 자궁이 체외 수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역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국 국민의료보험은 헤인스 체외수정을 지원할 수 없다고 결정내렸고, 1만500파운드(약 1744만원)에 달하는 시술비를 마련해야 했다.

체외수정을 위해 날아간 키프로스 클리닉에서는 임신 가능성이 60%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인스는 "당시 너무 긴장됐다. 정말 한번의 기회밖에 없었고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되풀이할 수 없었다. 난 정말 엄마가 되길 원했고 착상 가능한 난자가 없다면 미쳐버릴 거 같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10일 뒤 헤인스는 난자가 성공적으로 착상해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임신 6주 뒤,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 헤인스는 에버리와 달씨 자매를 순산했다. '유전학적 남성' 판정을 받은 지 9년 만의 일이었다.

헤인스는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다"며 "지난 9년 동안 내 품 안에 아이를 안는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았다. 하지만 아이를 받아든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아이들을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돈을 썼다. 지갑은 텅 비고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지쳤다"며 "그러나 아이들을 한번 더 안아볼 수 있다면 다시 도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