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이혼한 뒤 울산에서 혼자 두 살 아들을 키우던 이모씨는 2007년 2월 직장 때문에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지자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겼다. 평일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계속 봐주고 주말에는 집으로 데려오는 식이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아들은 머리나 뺨, 손 등에 상처가 나곤 했다. 음식 때문에 구토를 하는데도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결국 그해 5월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숨졌다.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된 ‘울산 어린이집 사망 사건’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검찰은 어린이집 원장 부부가 이씨 아들의 복부를 주먹과 발로 폭행한 것으로 보고 상해치사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원장 부부는 아이가 피아노에서 떨어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이들이 아이를 학대한 것은 맞지만 상해치사죄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업무상과실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만 유죄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센 비난이 일었다. 아버지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사고 전까지 100여일간 보육 실태 조사나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아이가 숨졌다며 소송을 냈다. 해당 어린이집에 복지부가 한 번이라도 보육 실태 조사를 나왔다면 아이가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김선아 판사는 이씨가 “보육 실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김 판사는 “당시 시행되던 옛 영유아보육법에서는 보육실태 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도록 했다”며 “이씨가 아들을 어린이집에 위탁한 100여일간 보육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복지부 공무원들이 감시·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어린이집 원장 등이 24개월 남짓한 아이의 복부를 가격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해야 하는데도 검찰이 상해치사죄만 적용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조사하면서 증거수집과 조사절차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하자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울산 어린이집 원생 사망 사건, 국가 책임 없다” 원장부부 일부만 유죄 판결
입력 2015-02-01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