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Day23+1] “한일전 이제 됐거든? 호주가 있는데”… 아시아의 새로운 4년

입력 2015-02-01 09:00 수정 2015-02-02 11:01

아시아 축구는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호주가 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면서 아시아의 패권은 남반구 오세아니아로 이동했다. 우리나라는 27년 만에 결승으로 진출하면서 재기를 알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오랜 경쟁자인 일본과 이란은 몰락했다. 23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31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폐막한 호주아시안컵을 결산했다.


축구 변방 오세아니아에 패권 빼앗긴 ‘진짜 변방’ 아시아


호주는 2006년 1월 오세아니아를 떠나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했다. 세계 축구계의 끝자락에 있는 오세아니아에서 호주를 제외하면 축구 열기가 높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월드컵 예선에서 남미나 북중미와 플레이오프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담감이 속내에 깔려 있었다. 호주는 AFC로 소속을 옮긴 뒤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 주어진 월드컵 본선 진출권 4.5장 가운데 3장을 나눠가졌다. 남미나 북중미 앞에서 작아졌지만 아시아에선 강한 호주였다. AFC 가입 10년째에 개최한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강세를 확인했다. 그동안 동아시아와 중동이 나눠가졌던 아시아의 패권은 처음으로 오세아니아에 넘어갔다. 아시안컵의 원년인 1956년 홍콩 대회로부터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트로피가 아시아 본토를 떠났다.


다시 아시아의 호랑이로?… 가능성 확인한 ‘슈틸리케 매직’


원년 우승국인 우리나라는 반세기 넘게 타이틀을 되찾지 못하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재기의 가능성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대표팀을 이끌고 조별리그 A조 1차전부터 토너먼트 4강전까지 5경기를 무실점 전승으로 이끌었다. 한 경기에서 대량 득점하는 화려함보다 승리를 지키고 다음 상대를 겨냥하는 실용적인 전술로 승승장구했다. 1988년 카타르 대회로부터 27년 만에 결승으로 진출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 0으로 제압했던 호주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1대 2로 무릎을 꿇었지만 ‘슈틸리케 매직’은 한국 축구가 앞으로 4년간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과 이란의 몰락, 아시아의 하향평준화로…


일본과 이란의 몰락은 아시아의 하향평준화를 증명했다. 최다 우승국(4회)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일본과 중동의 절대 강자인 이란은 나란히 8강에서 주저앉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지만 8강전에서 일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이란은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었다. 승부차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보다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동안 상대적 약체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 개막 이전부터 대표팀의 열악한 상황을 토로했던 이란과 다르게 일본은 사상 최강의 전력으로 2연패를 노렸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하비에르 아기레(57·멕시코) 감독이 과거의 승부조작 혐의로 스페인에서 기소돼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어 일본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균열을 뚫고 신흥 강자로 떠오른 중국과 UAE


몰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과 UAE는 예상 밖의 성적으로 앞으로 4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몰락한 틈으로 중국이 솟구치고, 중동에서 이란이 파놓은 구멍으로 UAE가 모래를 채운 꼴이다. 중국은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북한 등 난적이 많았던 조별리그 B조에서 3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초 1위를 낙관했던 우즈베키스탄은 2위로 밀렸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중국은 본선 진출 16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조 1위를 확정했지만 8강전에서는 호주에 0대 2로 무릎을 꿇었다. UAE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를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4대 1로 격파했다. 8강전에서 일본과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하며 이번 아시안컵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3·4위전에서 이라크와 난타전 끝에 3대 2로 역전승하고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진=아시아축구연맹(AFC) 유튜브 채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